가우디투어, 예술 그 이상의 철학을 담은 ‘가우디’

예술, 그 이상의 철학을 담은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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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대해서 아주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던 나는 바르셀로나에 오기 전 딱 2가지만 알고 있었다.

축구와 가우디.

고등학교 때 스페인어공부를 하면서 교과서 한 켠에 있는 가우디의 ‘까사 밀라’ 사진을 보고는
독특한 형체를 가진 건물에 충격을 먹고, 한참을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이 너무나 생생했는지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여 아무런 정보 없이 마주했던 ‘까사 밀라’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저,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가우디라는 사람이 만든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독창적이고 충격적인 느낌은 어디서부터 나온 것일까 궁금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건축물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 이전에 ‘가우디’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팔로우미투어 | 가우디 ‘투어’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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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그의 건축물들을 하나씩 감상하며, 그에 담긴 가우디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나는 건축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그의 건축물 속에 담긴 그의 생각이 나에게 큰 영감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팔로우미투어의 가우디투어를 듣게 되었다.

약 10명의 여행자, 그리고 팔로우미투어의 백승관 가이드님과 함께한 가우디투어는 편안했다.
승관 가이드님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편안하게 걷기도 하고,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며,
1달동안 바르셀로나에서 머물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소매치기 이야기, 맛집 이야기, 까딸루냐 민족에 대한 이야기 등등-
바르셀로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승관 가이드님의 느낌이 묻어나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Casa batlló | 온전히 아이의 시선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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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에 있는 집을 본딴 것만 같은 까사 바뜨요 –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까사 바뜨요에 도착했다.
까사 바뜨요는 처음 보았 때부터 굉장히 아기자기한 동화 속 큰 집 같았다.
투어 중에는 바뜨요 안에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내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든 생각은 이것이다.

내가 이곳에 사는 아이였다면, 하루하루가 너무나 재미있었을거야-

까사 바뜨요는 바르셀로나에서 전해지는 ‘용’에 관련된 전설을 바탕으로 지어진 건물로,
지붕부터 외벽, 그리고 내부까지 동화책을 본뜬 것 같았다.
아이들이 이 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밤마다 듣곤 했던 옛날이야기 속에서 이리저리 뛰어 놀고 있는 느낌을 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까사 바뜨요는 큰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아이의 시선으로 돌아가 내부 속을 이리저리 헤엄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Sagrada Familia | 자신의 신념을,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작품 속에 표현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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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형체의 까사 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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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 맞닿을 것만 같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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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의 경이로운 모습들 –

비교적 모던한 느낌의 까사밀라를 지나,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 마주했을 때의 나의 입에서 나온 단 한마디.

와…

과연 그의 마지막 역작이라는 말에 걸맞는 건축물이었다.
성가족 성당은 거대하고 웅장하면서도 왠지 모를 ‘아픔’이 느껴졌다.
그래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그저 높이 솟아오른 성당을 고개를 들어 바라볼 뿐이었다.

조금 후에 승관 가이드님의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성당에는 가우디를 이루고 있는 가장 큰 신념인 ‘성경’이 그 자체로 녹여져있었다.
성당의 3면은 탄생 – 고난 – 영광으로 이루어진다. 가우디는 ‘탄생’면을 완성하고 전차에 치여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성경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신앙심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이 녹아 들어간 이 성당의 이야기를 들으며 울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성경의 흐름에 맞게 조각을 하고, 조각상들을 배치하고, 그 조각상들의 시선의 디테일마저 아주 세심하게 신경써서
성당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특히나 성가족 성당의 3면 중 ‘고난’의 면은 한동안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고난’의 면에 조각되어 있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표정은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예수님의 ‘아픔’이 마음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나는 가우디의 신앙에도 놀랐지만, 나에게조차 ‘예수님 고난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우디의 표현능력에 더욱 놀랐다.

그는 천재적인 건축가이면서, 천재적인 화가 같았다.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아낸 ‘가우디’ 자기자신.


승관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느낀 가우디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제자도, 부인도, 자식도 없었다. 어찌보면 그의 생애를 기억해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외로움을 신앙심으로 승화시켰고, 그의 신앙심을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아내었고,
결국 그의 작품은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작품으로 기억되었다.

동시에, 가우디는 외로우면서도 참 단순한 사람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한 경외심을 자신의 작품 속에 온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사람.

그런데, 그것이 참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단순한 일기형식으로도 표현하기 힘든데,
가우디는 아무 것도 없던 평지에서 벽을 만들고, 만든 벽에 많은 장식과 조각을 함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열과 성을 다해 표현해내었다.

나는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표현도구를 이용하여 나 자신을 표현해내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사진이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음악이든, 상관없다.
그런데 그렇게 나 자신을 표현해내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우선 나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사랑하는 사람인지조차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작품 속에 나 자신을 녹이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

나의 신념을 나의 작품 속에 담는 과정은, 사실 순수창작물이 아니라 의뢰받은 경우엔 거절당하고 피드백을 받기 쉽다.
따라서 의뢰한 쪽의 구미에 잘 맞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쉽게 나의 작품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가우디의 작품을 천천히 하나씩 감상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그는 의뢰받은 작품이든, 자신의 순수창작물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신념을 자신의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아내고자 열과 성을 다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이 세상을 떠난 지금,
그의 작품들이 모여 ‘가우디’라는 사람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술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저 ‘대충’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가우디라는 ‘사람’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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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셀로나를 떠올릴 때, ‘가우디’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까사 바뜨요, 까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공원, 구엘 대저택, 레이알 광장의 가로등을 천천히 감상하고,
동시에 승관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가우디라는 ‘사람’에 대해서 상상해보았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
동화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내향적이고 차분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천재적으로 표현해내는 사람.

만약 내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가우디라는 사람을 만날 때만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처음 봤을 때의 한 마디인, ‘와-’ , 그 이상의 말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의 작품에 예술을 넘어 철학을 담아주어 고맙다고-


투어 | 알고 보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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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우디’라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신 팔로우미투어의 백승관 가이드님 –

사실 가우디의 작품은 그의 생각과 철학을 알고 있어야 빛을 발하는데,
모르고 그저 감상했다면 가우디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우디 투어는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보석같은 정보를 잘 전달해주었고,
그 정보와 함께 그의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가이드님의 인솔 하에 입장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없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좋았다.
덤으로 함께 했던 손님들과, 그리고 가이드님과의 소중한 인연도 투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

나는 가우디투어를 들으며,
잘 알지 못했던 가우디를 ‘친구’처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글 | 류하윤
포토그래퍼 | 최현우 류하윤
2015.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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