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셀로나 / 사람 ] 팔로우미 투어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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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아 현 가 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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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으로서, 여행을 온 사람들에게 궁금해하는 정보들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일을 하는, 그 ‘사이’ 존재. 그 중에서도,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팔로우미 투어, 조아현 가이드님을 만났다.
투어를 만드는 마음
・ 가이드라는 직업을 제외한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설레임보단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좋고, 파도치는 바다보다 잔잔한 바다를 좋아하고, 사람많은 길을 걷기보단 조용히 등산을 즐기는 저이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익숙함, 잔잔함, 고요함을 혼자 즐기기보단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해요. 그때 그때 저의 감정을 같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해요. 21살, 그렇게 세상 사람들과 저를 나누기위해 한국을 나왔고, 28이 되는 지금까지 스페인에서 만난 사람들은 수도 없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들을 제 안에 채우며 ‘나’라는 사람을 만드는 중이에요. 아직 세상은 넓고 함께 나눌 인연들이 넘쳐나는 것 같아요. 아직도 제 인생여행 한창을 즐기는 중인 조아현입니다!
・ 가이드 일을 한지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는데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의 마음은 어땠나요?
사실 자신이 없었어요.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바르셀로나에는 오래 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 곳을 잘 모르는 내가 가이드 일을 해도 되는걸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좋은 기회였고,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공부함으로써 이 곳을 사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정말 사랑하는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그 마음으로 시작했고, 실제로 가우디를 공부함으로써 저는 가우디를 ‘친구’로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있어 가우디 투어의 목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경험한 가우디를 손님들의 친구로 만들어드리자!’ 는 것이에요.
・ 팔로우미투어의 투어상품 4가지 모두 기획부터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이 4가지 상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이 있다면요?
하나를 꼽기 너무 어렵네요. 그래도 하나를 꼽는다면 가우디투어를 선택할께요. 무엇보다도 제가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건축과 기술에 대하여 많이 공부하며 늘려간 지식이고, 투어에 대한 정리를 하면 할수록 저 스스로 감탄하며 투어를 준비하고 진행하게 되거든요. 가우디투어를 준비하면서 저는 ‘배움’을 얻었고, 정말 중요한 건 바르셀로나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 그렇다면 투어를 기획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나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네요. 투어 별로 이야기할까요? 저는 각 투어의 이름 속에 있는 키워드에 맞는 투어를 하고자 해요. 야간 산책 투어는 ‘어떻게 하면 ‘산책’을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알려드릴 것이 많아도, 다 알려드릴 순 없는 것이고, 송수신기로 인해서 ‘산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할까 염려도 되구요.
타파스 ‘프라이데이’의 경우엔, 불타는 금요일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투어에요. 바르셀로나에 와서 타파스의 맛을 제대로 음미해볼 뿐만 아니라 서로의 얘기를 안주 삼아 바르셀로나의 특별한 우리만의 ‘불금’을 만들어드리자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몬세라트&와이너리투어는 사실 ‘힐링’투어에요. 여행에 지친 심신을 웅장한 몬세라트 앞에서 잠시 쉬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CAVA (스페인의 스파클링와인) 를 한잔 하면서, 말그대로 심신을 녹여내시도록 투어를 진행해요. 그렇게 바쁜 여행 속 한 템포 쉬실 수 있게 투어를 기획했어요.
누군가를 가이드하는 일
・ 아현님에게는 ‘가이드’라는 일이 어떤 즐거움을 주나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요. 그것이 제겐 즐거움이에요. 나이를 떠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야기 속 주제들이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져요. 예를 들어 저는 축구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사람인데다가, 축구 이야기엔 전혀 재미를 못 느끼곤 했는데, 어느 날 투어를 하다가 축구를 좋아하시는 남자분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 분과 축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정말 ‘축구’라는 스포츠가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즐거움. 그것이 가이드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인 것 같아요.
・ 반대로, 바쁜 가이드 생활이 질릴 때는 없나요?
음, 없어요. 팔로우미 투어에는 저를 포함해서 3명의 가이드가 있어요. 미란언니, 승관오빠. 오랜 시간동안 함께 투어를 기획해왔고, 현장을 뛰고, 피드백을 해온 사이에요. 그러다보니 이젠 가족같아요. 물론 투어가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끔 마음이 힘들어질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힘들다고 내가 제대로 투어를 하지 않으면 가족같은 내 두 사람이 힘들어지잖아요. 그 마음이에요. 함께 만들어온 투어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투어다보니 ‘이렇게 잘 만들어왔는데,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 아! 사명감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웃음)
・ 가이드 일을 하고 나서,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다면요?
여러 순간들이 있지요. 우선 한국행 비행기를 제 돈으로 샀을 때요! (웃음) 가이드 일을 하며 느끼는 뿌듯했던 순간으로 돌아가보면, 간단하죠. 손님분들이 오늘 저와 함께 한 하루에 만족하실 때죠! 긴 투어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손님 한 분 한 분과 함께 악수를 하는데 그 때 제 손을 잡는 느낌이 제각각 달라요. 만족도가 악수의 ‘압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악수를 하고 ‘정말 투어 좋았습니다’ 라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뿌듯해요.
아, 한가지 정말 뿌듯했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가우디 투어를 했던 날이 있었어요. 제 아버지 나이 뻘 되시는 남자 손님께서 무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투어 내내 열심히 투어 내용을 적으시더라구요. 아무 말도 안하셔서 사실 많이 긴장하기도 했는데 투어의 마지막, 악수를 하던 순간에 명함을 건네셨어요. 그 분은 한국여행협회에서 일하고 계시던 분이셨어요. 제가 투어 내내 긴장이 되었던 이유를 그제야 알 수 있었죠. 그 분께 정말 감사했던 건, 투어가 끝나고 홈페이지에 남겨주신 투어 후기글이었어요. 그 분은 제 투어에 대해서 찬미의 글도, 비판의 글도 아닌 정말 솔직한 ‘느낌’ 그대로 아주 자세하게 후기로 남겨주셨어요. 그 분께서 써주신 글에는 ‘열심히 한게 티가 났고 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쓰여져있었어요. 열심히 준비해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는 가이드. 그게 저의 일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참 뿌듯하더라구요. 게다가 같은 업종에서 오랜 시간동안 일을 하셨던 분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 궁금했던 것이 있어요. 가이드는 투어하지 않는 날, 무엇을 해요?
음, 자잘자잘한 일들을 하지요. (웃음) 손님들 입장권 티켓을 인쇄하고, 손님들 명단을 확인하고, 혹시나 특이사항이 있으면 꼼꼼하게 체크해요. 왠만하면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아! 중요한 일이 있어요. 투어에 사용하는 아주 중요한 물건이죠, 송수신기의 배터리를 쫘르륵- 충전기에 꽂고, 송수신기 목걸이를 모두 세탁기에 넣고 빨아요.
・ 오, 목걸이를 빠는 일이라니. 굉장히 신선한데요?
그쵸, 더운 날일수록 더욱 중요한 일이에요. 냄새가 나잖아요- (웃음)
‘진짜’를 말하는 일
・ 스페인어를 정말 잘하는 아현 가이드님!
・ ‘투어’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대중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투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죠. 이 곳의 문화와 역사는 오래 머무른다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 도시를 알아야, 공부해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저도 이 곳에 처음 와서 본 가우디의 작품과 공부를 하면서 보는 가우디의 작품의 느낌이 정말로 많이 다른걸요.
・ 아현 가이드님께서 팔로우미에서 몇가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프로젝트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몇가지 있어요. 우선 <팔로우미 매거진>이에요. 제가 잡지를 되게 좋아하고, 특별히 에디터의 글을 참 좋아하거든요. 초반에는 팔로우미투어의 블로그에 현지인으로서 사는 가이드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올리곤 했는데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여행을 하면서 궁금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잠시 기존에 쓰던 글을 멈추고, 바르셀로나 정보 중심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물론 정보에 대한 글도 좋지만, 가이드들의 ‘삶’적인 이야기, 평범한 바르셀로나의 일상을 알리고 싶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기획한 매거진이에요. 게다가 투어 이후에 한국에 돌아가신 손님들께 이 매거진을 애프터서비스(After-Service)로 온라인으로 드림으로써 인연으로 만난 가이드들의 소식도 전하고, 바르셀로나의 소식도 전한다면 조금이나마 이 곳의 추억을 되새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가이드들의 흔적을 바르셀로나에도 남기고 싶고, 손님분들께도 남기고 싶어요.
다음으로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미션투어’이라는 건데, 아무리 소통을 하고자 해도 투어는 어쩔 수 없이 ‘일방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어요. 그것이 항상 아쉬운 점이었고, 그래서 손님분들께 미션을 드림으로써 ‘듣는이도 활동을 하는’ 이벤트성 투어를 만들고 싶었어요. ‘어떻게 하면 손님분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더욱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는 손님분들이 손을 올려 가이드와 손뼉을 침으로써 쌍방의 참여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때문이에요.
・ 차곡차곡 정리된, 투어를 위한 준비
・ 팔로우미투어의 슬로건은 ‘가이드북에 없는 진짜이야기’에요. 그렇다면 ‘진짜이야기’는 무슨 이야기인가요?
정말 말그대로 ‘진짜’를 말하고 싶어요. 여행을 온 손님들은 가이드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요. 그 궁금한 점에 대해서 저는 이 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진짜’를 알려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 ‘맛집’이라고 했을 때 남들 다 – 가는 맛집 말고, 정말 숨겨진 보석같은 동네 돼지국밥집같은 그런 곳을 알려드리고 싶은 거죠. ‘내가 관광객이라면, 이걸 먹어보고 싶었을꺼야’ 하는 그런 식당이요.
그리고 투어의 내용에서도 ‘진짜’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손님들의 돈이 아깝지 않도록, 정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드리고 싶어요. 그 마음으로 매번 투어를 할 때마다 더욱 열심히 투어를 준비하고, 더욱 열심히 투어를 진행하고, 더욱 열심히 손님분들과 연락을 이어가고자 노력해요. 가이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나는 단순히 사람들에게 정보만 전달하고 끝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는 손님과 가이드로서 인연으로 맺어졌고 그 인연이 이어질 수 있다면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라는 말에 걸맞는 가이드가 되고 싶어요.
・ ‘진짜’라는 말에 걸맞는 가이드라. 아현님이랑 ‘가이드’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가이드 일을 계속 하실 예정인가요?
네, 물론이죠. 지금으로선 가이드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보람차요. 저는 가이드라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도전하게 되는 순간들이 꽤 있는데, 그 순간들이 좋아요. 그런데 사실 저의 최종 목표(?)는 ‘전원의 삶’을 사는 거에요. 처음 스페인에 도착해서 살았던 곳이 Bilbao인데, 그 곳은 정말 사람들이 유유자적에 걸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 곳의 그 한적한 느낌이 참 좋았어요. 그렇게 저는 시골적 느낌이 나는 사람들과 풍경들을 사랑하고, 사람들이 너무 붐비는 곳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의외죠? (웃음)
인터뷰 글에는 ‘아현님’이라고 썼지만, 사실 나에겐 ‘아현언니’다. 처음 몬세라트투어를 들었을 때부터 참 좋은 느낌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고, 사람을 바라보는 ‘벽’이라는 것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처음 인터뷰를 했던 날, 그녀가 한국에서 느낀 세상적인 ‘벽’이 싫어 타지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왜 그녀와의 소통이 편할 수 있었는지 그제서야 이해되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준비해왔던 질문을 해야하는데,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떤 음악을 듣는지, 사랑하는 취미가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그런 이야기말이다. 그래서 며칠 후에, 따로 둘이 만나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 우정, 관계, 그리고 나다운 ‘삶’에 관한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동안 느낀 그녀의 색깔은 바르셀로나의 색깔과 닮은 듯했다. 밤이 되면 따뜻한 주황색을 품은 가로등이 켜지는 바르셀로나와 그녀는 많이 닮아있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우리 또 만나요, 꼭.’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사람. 그리고 정말 다시 ‘꼭’ 만나게 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을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고 마음 속에 담아둔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다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가이드와 손님으로서 만난 그녀와 나는 ‘정말 좋은 친구’로 다시 어딘가에서 ‘꼭’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녀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가꾸어나가는 ‘진짜’라는 말에 걸맞는 가이드였다. 그녀는 충분히, ‘진짜’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글 | 류하윤 포토그래퍼 | 최현우 김한수 2015.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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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on "조아현가이드의 진짜이야기"
가이드가 천직이다싶은 그런분이셨습니다. 열정 가득한 몸짓, 상세하고 쉬운 설명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