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한달 남짓 남은 2016년. 오랜만에 가이드들끼리 모여서 술 한잔 기울이며 나눈 우리의 지난 300일.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했고, 새로운 투어를 오픈했고, 또 다음 해에 이어질 새로운 투어를 준비하고, 그렇게 우리 모두 이번 한 해도 설렘 가득한 사람들과 설렘 가득한 일들을 하며 보낸 한해였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역시 우리 이야기에 끝은 누가 여행 가이드 아니랄까봐 여행 이야기로 끝이 난다. 차가운 입김마저 행복했던 날의 겨울 여행, 기다리고 기다렸던 따뜻한 설렘이 시작된 봄의 여행, 뜨거운 태양과 함께한 광란의 밤의 여름 여행, 또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 했던 하루하루 살쪘던 먹방 가을 여행. 사계절 4명이 만들어낸 여행은 어쩜 그리도 하나하나가 특별고 재미진지, 지난 여행을 생각하며 우리는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모두 같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기억은 안나지만 누군가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남은 세명도 아무 말 없이 자기 술잔을 들고 Salud! 살룻!
누군가 말했다. ‘여행하듯 살아라’ 고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지난 여행을 추억하다 다음 여행계획을 세우고 그렇게 또 여행을 떠나면 되는 거 아닌가, 모두가 여행이라는 꿈을 품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꿈을 작게나마 행동으로 조금씩 옮길뿐. 그렇게 우리 모두가 여행하듯이 살아간다.
2016년, 우리의 사계절을 이야기해본다.
INVIERNO : 겨울
by ARin
- 여행지 : 빅 [Vic], 루핏 이 프루잇 [Rupit i Pruit]
: 까딸루냐 북쪽 오소나(Osona) 지역의 중심 마을이자 가장 큰 마을인 빅(Vic), 빅에서 조금 더 깊은 산골짜기에 숨겨져 있는 중세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 루핏 이 프루잇 (Rupit i Pruit)
- 여행기간 : 2016.02.22 – 2016.02.23 (1박2일)
- 여행목적 : 바르셀로나, 정글에서 벗어납시다
- 여행이야기 : 1박2일 짧게 계획된 여행. 딱 쉬는 날을 겨냥한 우리만의 1박 2일.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타임머신 타고 중세시대로 날라갔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걷다, 그 이틀 만큼은 자연 속으로 풍덩 –
첫날 02/22 : 빅 [VIC]
[ 빅 마을 중심광장에서 한컷 ]
8시 기상. 아침 일찍 빌린 차를 가지러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차가운 공기가 볼을 감쌌다. 하지만 숨을 들이쉬고 내쉴때마다 하얀 입김도 그날따라 포근하게 느껴졌다.
짧은 여행 만큼이나 귀여운 차를 빌려 숙소를 잡아둔 VIC 으로 향했다. 두시간 정도 달리다보니 도착한 VIC. 작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곳. 간단하게 아점을 먹고 한적했던 마을을 거닐었다. 다들 어딜 간건지 조용했던 골목길 사이를 걸으며 맘대로 포즈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상한 포즈 사진 한장에 맘껏 웃으며 휴일의 고요함을 만끽하다가 오늘 숙소에서 먹을 저녁거리를 사들고 다시 차를 타고 우리의 숙소 Parador(빠라도르)* 로 향했다.
*Parador(빠라도르): 옛 성들을 호텔로 만든 곳. 스페인 국영 관광 호텔.
[ 빅 골목길 탐방 ]
그냥 조용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정말 조용했던 저수지를 지나자 산속에 위치한 숙소. 체크인하고 들어간 방은 완벽 그차제. 가장 좋았던건 신기하게도 정말 넓었던 화장실. 그리고 화장실에 난 창문을 열면 보이는 고요한 저수지 풍경. (화장실을 자꾸 가고싶게 만들었음)
대충 짐을 풀고 저수지 가까이로 갔다. 마치 뭐에 이끌리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는 차에서 내려 저수지 앞으로 아무말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을 말없이 잔잔한 저수지의 물과 그 풍경을 바라봤다. 아무말도 필요없는 순간이었다. 그저 그 순간이, 그 공간이 모든걸 말해주었으니까.
[ 파라도르 천장 ]
[ 파라도르 전망 ]
[ 그 다음 날 아침 화장실 창문에서 바라본 저수지 전망 ]
[ 저수지 전망 ]
둘째날 02/23 : 루삣, 쁘루잇 [RUPIT , PRUIT]
까딸루냐 주에서도 가장 이쁜 마을로 꼽히는 두 곳. 어느날 까딸루냐의 이쁜 마을 이라는 포스팅을 보다가 딱 등장한 이 두 곳은 내눈을 사로 잡았고 언젠가 힐링이 필요할 때 꼭 가야지 다짐했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나도록 내 사진첩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던 그 곳. 2016년의 시작을 준비하는 힐링 플레이스로 당첨!
[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던 마을 사진 ]
힐링하러 그 곳을 찾아가는 길은 어마어마했다. 마치 소중한 보물을 숨겨 놓은 곳 처럼 산속을 구비구비 들어가야했고, 도착했나? 싶었지만 또 다시 우리는 꼬불 꼬불 산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그렇게 어렵게 마주하게 된 마을 Rupit. 타임머신을 탔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그저 자연과 공존된 공간이 아니라 그 마을이 만들어진 중세시대 모습 그대로 돌, 집들이 그 산속에 동화되어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적셨지만, 코로 깊게 들이마신 숨에서 겨울 숲 향이 짙게 내 몸을 채웠다. 딱 내가 원하는 그 향 그렇게 코를 시작으로 몸속까지 힐링이 시작됐다. 엄청 작은 마을이었기에 지도따윈 필요 없었다. 나도 그 시대로 돌아가 한발 한발 내딛을 뿐. 그 순간을 기억하려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내 사진첩엔 누군가의 포스팅에서 캡쳐한, 누가 찍어뒀던 그 사진이 아닌 내가 그 공간에서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채웠다.
[ 내가 찍은 마을의 모습 ]
[ 언제 만들어진 계단일까? ]
꿈을 꿨다. 이 이틀동안 난 짧지만 온몸으로 느낀 진짜 꿈을 꿨다.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내 집, 내 방, 내 침대에 누워 우리의 이틀을 돌려보니 문득 이 이틀동안 나는 현실과 꿈이 만나는 날이었을까 싶었다. 현실과 꿈은 언제나 함께하지 못할 것 같지만, 서로 평행선을 걷는 것 같지만, 그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만남이 일어나던 순간이었다. 꿈만 같았던 그 날의 현실이 나를 토닥여준 여행.
2016년 시작. 나의 겨울 이야기-
PRIMAVERA : 봄
by Liah
- 여행지 : Valladolid(바야돌리드)
: 스페인 중심에 위치한 까쓰디야 이 레온 (Castilla y Leon)주의 중심 도시.
- 여행기간 : 2016.04.27 – 2016.04.30 (3박4일)
- 여행목적 : 바르셀로나에서의 새로운 삶(일)을 시작하기 전, 제 2의 고향인 바야돌리드에서 워밍업, 충전의 시간.
- 여행이야기 : 2010년, 바야돌리드에서의 어학연수 후 시작 된 나의 스페인 앓이. 다시 스페인에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2015년, 꿀 같은 휴가로 다시 이 스페인 땅을 밟았고 그 때 인연이 된 팔로우미투어. 2015년에는 손님으로, 2016년에는 가이드로 함께 하게 된 팔로우미투어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가기 전 나의 옛 추억이 가득 남아 있는 바야돌리드를 향하다.
첫날 04/27
2016년 4월 27일. 설레임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스페인 행 비행기에 올랐다. 14시간 정도의 긴 비행 후, 버스를 타고 나의 제 2의 고향 바야돌리드로 향했다.
4월 말인 봄이었지만 조금은 쌀쌀함이 느껴지던 바야돌리드. 그 쌀쌀함이 싹 잊게 해주는 따뜻한 나의 또 다른 가족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어학연수 시절 홈스테이를 했던 그 곳에 가서 오랜만에 나의 스페인 가족을 만났다. 마치 2010년으로 돌아간 듯한 편안함과 익숙함이었다. 사랑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도 그대로셨고 내가 쓰던 방, 집의 향기, 아주머니의 맛있는 음식까지 모두 그대로였다!
하나 다른점이 있었다면 새식구가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 루비(Rubi).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는 나로써는 좀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귀여우니 봐준다.
[ 오랜만에 홈스테이 아주머님의 한끼 ]
[ 새식구 루비 안녕? ]
둘째날 04/28
반짝이는 스페인 봄 햇살을 맞으며 눈을 떴다. 이 날은 2010년 내가 열심히(?) 공부했던 곳 Universidad de Valladolid(바야돌리드 대학)도 한 번 찾아가보고, 내가 어학연수 하던 시절에 자주 다니고는 했던 이 곳, 저 곳을 가보았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어제도 갔었던 길 처럼, 지도 없이도 모두 찾아갈 수 있었다.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변하지 않은 듯, 변한 바야돌리드. 그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도 많이 변했겠지?
[ 마을 산책 길 ]
셋째날 04/29
어학연수를 할 때 함께 공부했던 언니를 만나기로 했다. 언니와 함께 그 시절에 우리가 자주 가던 바들을 다시 가보았는데, 역시 6년이란 세월은 우리를 그 추억 속에 다시 잠길 수 있게 해주지 않았다. 우리가 자주 가던 바들은 대부분이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남아 있던 곳이 한 군데 있었지! “La Sepia”. 오징어 타파스를 파는 가게인데, 그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분위기와 맛이었다. 딱 한가지 바뀐게 있다면.. 2010년에는 참 잘생긴 직원이 있었는데 말이지..
[ 자주가던 바, 언제나 일상처럼 ]
넷째날 04/30
2010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한 나의 두 번째 고향인 바야돌리드와 사랑하는 스페인 가족을 뒤로 하고, 이제는 새로운 삶을 위한 바르셀로나로 떠나야하는 날이 왔다. 좋은 추억이 많은 곳이기에 또 떠나야 한다는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같은 스페인에 있는거니까!
나에게 특별한 경험과, 인생의 변화를 선물해 준 따뜻한 봄 햇살 같은 바야돌리드에서의 3박 4일을 뒤로 하고,
이제는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에서 새로운 여행같은 삶을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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