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산책, 바르셀로나의 밤, 고딕 지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바르셀로나의 밤,

고딕 지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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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되고 있다는 ‘구시가지’, 고딕지구를 가볍게 산책한다는 야간 산책 by 팔로우미
저녁을 먹고 가볍게 골목들을 거닐며 이 도시가 품은 이야기들을 듣고 싶었다. 오가는 길에 보았던 골목들과 낡은 벽과 건물들은 낮에 보아도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며 단순히 ‘멋있다’로 그치고 싶지 않았다. 밤이 주는 색다른 느낌도 몸소 느끼고 싶었고 무엇보다 낡디 낡은 모습들은 아직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품은 듯 했다. 그 이야기들을 알고 싶었다.

“야경 투어도 아닌, 야간 투어도 아닌 ‘산책’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친근하게 느껴졌을까?”


까탈루냐, 18세기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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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비뇽의 처녀들의 모티브가 된 아비뇽길은 현재 상점들이 즐비해있다.

 

| 순수한 마음으로 이야기에 상상을 더해보는 시간
해가 지고 사람들의 모습이 드물어지는 밤, 고딕지구 밤의 모습은 낮과는 사뭇 달랐다. 200년 이상 건물의 외관을 보존시키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고딕지구가 주는 분위기는 남다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20세기의 옷을 입고 있을 뿐, 이 사람들이 옛 시대의 그 옷 그대로를 입고 있다면 정말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낡고 훼손된 성벽들과 성당 그리고 대주교와 왕들이 거닐던 곳들을 걸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 눈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에 상상을 더했을 때, 제대로 즐겨낼 수 있었다. 지금은 상점들이 즐비해있지만 ‘아비뇽의 처녀들’의 모티브가 되었던 아비뇽 길의 사창가들이 눈에 보였고 성녀, 산타 에우랄리아가 고문을 받던 내리막길을 보며 얼굴이 찡그려졌다.

자주 다녔다고 생각했던 길들과 이미 많이 봐, 눈길이 가지 않던 건물들에 이야기가 더해지자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을 보는 것이지 모르는 것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내가 보았던 곳들은 전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변하지 않았고 그대로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만 변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기분은 사뭇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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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펠립네리 광장에는 폭격 자국이 선명하게 남겨져있다.

 

| 시간이 흘러 기억은 잊혀갈 수 있어도 그 아픔은 남아 기억된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역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종교제판소로 사용되었던 건물 벽에 남겨진 총자국과 까탈루냐 주민들의 아픔이 담긴 산 펠립네리 광장의 폭격 자국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충분히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원하지 않는 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다. 옛 사건의 아픈 흔적을 그대로 두며, 그 아픔을 기억하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굳은 의지가 아닐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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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에 울려퍼지는 기타 소리에 취해보자.

 


영화 ‘향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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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향수’의 향기가 남겨진 바르셀로나.

원작으로 만들어진 ‘향수’가 영화로 재탄생 되기까지 필요했던 시간은 짧지 않았다. ‘향수’ 소설에 담긴 느낌과 깊은 의미를 영화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려하던 원작자를 설득하기까지만 5년, 결국 성공적으로 영화로 재탄생되었다. 이런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라고 한다. 때문에 영화의 장면 장면마다 바르셀로나의 익숙한 곳이 나온다. 팔로우미 투어의 백승관 가이드님의 설명에 따라 영화의 장면과 눈에 보이는 장소를 매칭시켜 보았다. 내가 왜 영화, ‘향수’를 다시 보고 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바르셀로나의 곳곳이 영화 향수의 배경이 되었다. 팔로우미 투어의 야간산책 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에 오는 분들이라면 영화 ‘향수’를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많은 장소에 향기를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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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이어를 통해 설명을 들으며 투어가 진행된다.

 


‘혼자’ 다시 그 길을 밟아봤을 때.


 

| 되새김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

처음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고딕 지구를 걸어보았을 때 한 번.
야간 산책을 하며 고딕 지구에 이야기를 입혀 보았을 때 한 번.
새벽에 이야기를 되새기며 나홀로 밤공기와 함께 했을 때 한 번.

밤 12시가 넘은 시간, 거리의 사람들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렇게 야간 산책이 시작되었던 곳부터 혼자가 되어 다시 걸었다. 같은 곳을 걷지만 다른 곳인 것 같은 느낌은 참 기분을 좋게 한다. 혼자 길을 걷지만 승관 가이드님의 설명이 귓가에 멤돌았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사람이 드문 시간 자칫 무섭게만 느껴질 수 있었던 고딕지구가 지금은 200년 전 모습 그대로의 테마 파크가 되었다. 단순히 길을 걸으며 내 눈에 집중하여 보이는 것들을 담고 여러 모습들을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경험은 정말 소중하다. 단시간에 흘려보낼 수 있는 시간들을 나만의 시간, 여행에서의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어 기쁘다.

“눈으로 한 번, 머리 속으로 한 번…”

 

야간 보정본 26

 


 

글 | 김한수

포토그래퍼 | 김한수 최현우

201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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