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파스투어, ‘함께’ ‘진짜’를 찾아 마시고 먹는다는 것

[ 바르셀로나 / 타파스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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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다는 것!?
‘진짜’를 찾아, 마시고 먹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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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며 기대하는 것은 그 나라의 현지 음식, 바로 로컬 푸드(Local Food)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나라만의 음식을 먹기 위해 초록 검색창에 ‘바르셀로나 맛집’ 이라고 검색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정말 현지인들도 인정하는 음식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여행 책자나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 현지에 사는 사람들이 즐기는 곳에서 그들이 즐기는 음식들을 맛보고 싶었다.

그렇게 ‘타파스 투어’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먹을거리와 마실거리를 투어로써 듣고 즐겨야할까?’ 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나의 거대해진 배와 췻기에 붉어진 얼굴, 자연스래 지어지는 미소가 답했다.

그리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입맛을 돋는 짭짤함의 묘미, 하몬(Hamon)과 판 콘 또마테(Pan con to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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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투어의 종료를 외치기 전까지 총 4곳의 음식점을 들렸다. 이 4곳의 음식점 또한 하나의 흐름에 맞춰 계획된 듯 했다. 첫 가게에 들어서자 천장에는 돼지 다리들이 모두 매달려있었고 양 옆으로는 둥근 통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조명은 다소 붉으스름한 느낌으로 첫 인상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는 입맛을 돋우는 판 콘 또마테(pan con tomate)와 하몬(hamon) 그리고 와인(vino)을 맛보았다.

| 판 콘 또마테(pan con tomate)는 스페인에서 아침으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데워진 빵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토마토를 문질러 바른다. 그 후에 소금을 약간 쳐서 먹는다. 때로는 마늘을 바르기도 한다는데, 이곳엔 마늘은 없었고 마늘맛이 나는 마요네즈 소스가 있었다. 이 소스가 정말 기가막히다. 너무 이국적이지도 않으면서 계속 포크로 살짝 살짝 맛보게 만드는 매력.

| 하몬(hamon)은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말려놓은 것이다. 천장에 매달려있던 것들은 모두 돼지 뒷다리라는 사실. 이 뒷다리가 먹기 좋게 얇게 썰려 나왔다. 판 콘 또마테만 먹어도 맛있는데 하몬을 올려 먹으면 또 그 나름의 맛이 참 좋다. 하몬은 다소 짭짤한 맛을 내며 하몬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먹은 하몬들은 보통 다 맛있었다. 너무 짜지도 않고 적당하니, 와인이나 맥주와 먹기에 안성맞춤.

동대문 저 골목 골목을 지나면 보이는 순대국밥집이 있다. 이곳은 아는 현지인만 가는 맛집. 타파스 투어에서 가는 곳은 딱 이런 느낌이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그라시아 거리 윗쪽에 위치한 식당들, 이곳의 거리만 걸어봐도 관광객들이 많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거리에 위치한 식당에는 당연히 현지인들만이 자리잡고 있다. 가이드님의 설명으로 간을 하고 가게 분위기로 향을 입힌 뒤에 먹는 판 콘 또마테와 하몬은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첫 가게는 이번 타파스 투어의 에피타이저”

 


전통과 퓨전을 넘나드는 골라먹는 재미, ‘타파스(Ta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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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로 향한 곳은 ‘타파스’를 주 메뉴로 판매하는 곳이었다. 각 종 과일과 견과류가 어우러진 타파스, 짭짤한 문어, 오징어, 고추 튀김까지. 누가봐도 술이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니, 술이 이래서 술이구나 싶을 정도로 타파스 종류와 맛은 안주로 제격이다. 이곳에서 먹는 달달한 레몬맥주 끌라라(Clara)도 베이스는 모리츠(Moritz)다. 모리츠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맥주로 가볍지 않으면서 톡쏘는 맛으로 중독성있는 맥주다. 옛 모리츠 공장을 개조하여, 바(bar)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한 번 찾아가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타파스 투어를 하면서 그냥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입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음미한다는 느낌이 참 좋았다. 타파스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술 안주 느낌이라 친숙하게 느껴졌다. 친숙하면서도 약간 이국적인 느낌이 사뭇 좋다. 뭔가 처음 만났는데, 공통점이 많은 사람의 느낌이랄까…?

| 타파스(tapas)는 달달한 와인에 벌레가 꼬였을 때, 벌레가 와인에서 헤엄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빵을 잔 위에 얹은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타파스라는 이름 또한 타파르(tapar, 덮다)라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타파스는 이제 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발전했다. 때로는 여러 가지 타파스를 통해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타파스를 넘어 퓨전 느낌의 타파스, ‘김치’맛이 나는 소스와 함께 나온 오징어 튀김의 맛은 일품이었다.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자면, 김치 부침개 반죽을 만들고 이를 부치기 시작할 때 나는 냄새가 난다. 그래서 정말 오묘하게 맛있다. 함께 타파스를 즐기는 분들과 각자 나름의 표현으로 감탄사를 표하며 꿀같은 시간들을 즐겼다. 아현 가이드님이 추천한, 독특한 향으로 풍미를 자랑하는 술, 그 이름은 ‘Vermut’. 약초, 향료의 냄새가 짙게 나면서 그 맛은 또 오묘했다. 이번 타파스 투어를 하면서 먹는 음식들과 술을 표현할 때 ‘오묘하다’라는 말을 많이 쓰게 된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향과 맛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4시간이라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흐르는 듯했다. 비슷한 또래부터 4,50대의 인생 선배님들이 이렇게 단 시간 안에 어울렸다.
이 시간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고 모두가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떠나온 개개인이었다.

그렇게 여행자와 여행자로 만나, 바르셀로나만의 맛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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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전과 막걸리같은 존재, ‘디저트’와 ‘Cava’


 

판 꼰 토마테, 하몬, 다양한 타파스를 배 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배는 한창 부풀어 올랐고 분위기도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시간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메인 식사를 하기 전에 에파타이저가 있듯이 식사가 끝난 후에는 디저트가 있다. 이로써 디저트와 까바를 함께 즐기며 이 시간을 마무리했다.

| 까바(Cava)는 스페인에서 만든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만을 샴페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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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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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한다는 것은 ‘진짜’를 찾아 먹고 마시는 것이다. 그 나라의 고유의 맛과 향을 느끼다보면 그곳의 생활이 보이고 문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었다.

바로 ‘사람’ 그리고 ‘함께’이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함께’하는 것 같다.”

타파스 투어를 하면서 내가 먹고 마셨던 음식들과 술들이 함께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함께 웃었고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시간이 흐르면서 술을 넘어 분위기에 취했다. 일반적인 ‘투어’라고 생각했을 때, 주제에 따른 지식을 머리 속에 채우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따뜻함을 채워가는 시간이었다. 당연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경험했던 것은 사실과 달랐다.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넘어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고 아낌없는 조언과 칭찬과 감사들이 오갔다. 생각하건데 타파스 투어를 단순히 먹고 마시고 즐긴다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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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한수
포토그래퍼 | 김한수
201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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